2010/09/14 00:2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마음의 양식/독서2010/09/14 00:23
장 지글러 지음
갈라파고스 / 2007.03
★★★★☆
신앙인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연히 아이티 자선 돕기 단체 등에 일회성 기부를 한다고 해서 그 '관심'을 다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온전히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걷기 위해서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들, 기아에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고민에서 집어든 책이 바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참 나는 혹은 우리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기아'라는
현상에 무지했다는 것이다. 가끔 TV에서 '기아체험24시간'류의 행사나, 연말 자선 행사 중계를 할 때 나오는 몇 초에 한 명씩 기아때문에 죽어간다는 잊혀져가는 멘트들 정도가 고작이다.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을 살펴보고, 내가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이 없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FACT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2005년 보고서 기준)
- 굶어죽는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꼴
- 비타민 A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전세계 인구 중 1/3
-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이 전세계 인구 중 1/7에 이르는 8억 5,000만명
이 수치들은 2005년 기준인데, 그 이후에도 2008년까지 계속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저자의 추가 서문에 의하면 이런 수치들은 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지구 한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와 소비가 판을 치는데,
또 다른 지구 한편에서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간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구분에 의하면, 기아의 원인은 크게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된다고 한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로서, 쉽게 아이티 강진과 같은 자연적인 재해로 인해 갑자기 그 지역의 사람들이 경제 기반을 잃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물론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전쟁'도 이런 경제적 기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하며,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 구조로 인해 경제발전이 더딘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시설이나 도로 같은 인프라 미정비,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라고 한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비타민 결핍이나 단백질 부족에 따른 소아 영양실조 등과 함께 다양한 질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간다.
그나마 '경제적기아'는 큰 재해 뉴스 등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경우가 있으나,
'구조적 기아'는 내게는 조금 낯선 기아의 원인이였다.
곡물 생산량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곡물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남은 곡물을 내다 버리고,
식량 부족국가를 지원하려는 국제 구호 기구들은 가격이 높아진 곡물들을 구매하지 못한다.
국가 내에서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는 이들을 돕는 정책을 폈던 민중 정부는 식량 수출과 관련이 있는 외부 다국적기업과 결탁한 쿠테타 정권에 무참히 짓밟힌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보내진 쌀이 군량미로 둔갑한다.
이런 사회 구조에 의한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인도적인 지원에 있어서도 효율화를 꽤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개발지원금 등이 부패한 정권을 살찌우는데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인도적인 구호 이전에 그 사회 자체가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적인 식량 지원과 더불어 제3세계 나라들의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산 효율이 좋은 새로운 종류의 씨앗, 곡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한 제방, 사막화 진행을 막기 위한 삼림조성 등이 그것이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나라들, 사람들에게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주로 '경제적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일 것 같다. 내가 그 나라의 근본적인 사회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
그나마 '몽골나무심기'와 같은 활동들은 전지구적인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심각한 사막화에 의한 환경난민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또 '라오스우물지원'과 같은 활동들은 생명을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물' 자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일회성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
다른 사람의 아픈을 내 아픔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들을 생각하며 음식물 쓰레기 만들지 않기!!)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